일본 코다 작가 이가라시 다이의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출간을 맞아 코다코리아와 사계절출판사가 릴레이 서평을 올립니다.
첫 번째 순서는 외동 코다이자 개발자로 일하는 김샛별 코다입니다. 같은 코다이지만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코다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코다
코다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의 자녀를 말합니다. 코다는 농인 부모로부터 수어와 농문화를 습득하고 청사회로부터 음성언어와 청문화를 접하며 자랍니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나드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코다코리아는?
코다코리아는 코다의 모임이자 네트워크입니다. 코다의 건강한 정체성 확립을 돕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케어러 코다의 어려움을 해소합니다.
코다코리아 X 사계절출판사『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릴레이 서평 ①
'코다'라 외롭지 않아
_김샛별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자, 코다코리아 회원)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동은 형제자매가 있어 본 일이 없어 외롭다는 느낌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 또한 그 말에 공감하는 외동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의 청인 자녀). 더 나아가 그 사실에 감사하기도 했다. ‘혼자’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고, 부모님의 보호자로 살아가는 순간순간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다’라는 존재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디어를 통해 코다 정체성을 확립하던 때였다. 그날도 평범하게 코다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같이 듣던 애인이 내게 “별이한테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니, 오빠, 동생? 나와 어떠한 관계든 부모님 외에 내게 가족이 있었다면.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형제가 있었더라면 가볍게 털어놓고 잊을 수 있었을 사소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들을 다시 마음속에 눌러 담은 채 정말 좋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형제 없이 혼자 지내는 나를 보며 항상 부모님은 미안해했다. “한 명 더 있으면 서로 재미있게 놀았을 텐데, 혼자라서 미안해.” 그 말에 “지금이라도 낳아줘”라고 농담을 던지면 엄마는 항상 “안 돼. 한 명만 낳아야 한다고 했어”라고 말했다. 나는 산아제한 정책이 중단된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났음에도 부모님은 할머니에게 “하나만 낳아야 한다”라고 배웠다. 이유는 모른다고. 사실 부모님은 두 명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 아빠는 딸 하나 아들 하나, 엄마는 딸 둘을 원했다.
부모님은 자신들과 대화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장애를 물려주고 싶지 않고, 남들에게 욕먹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귀가 들리는 사람, ‘청인’이기를 바랐다고 했다. 할머니도 부모님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한 명만 낳으라고 했을 것이다. 필담으로 소통하는 관계에서 마음을 설명하기 힘들었을 테고.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그건 부모님의 몫이고, 선택지는 부모님에게 주어졌어야 했다.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한다?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책을 통해 우생보호법과 우생학에 대해 알게 된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의 자녀이지만, 나의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우생보호법이 시행되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편견과 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자라왔으면서도, 피부로 느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 강하게 우생학적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았다.
장애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을 고치게 된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고 조금씩 배워가며 성장할 뿐이다. 그렇게 성장해나간다 해도 결국 완벽할 수는 없다. 존재의 우월함과 불량함의 기준은 누가 세우고 판단할까? 그 기준을 만든 사람은 정말 완벽할까? 우생보호법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기준은 옳지 않았다고, 문제가 많은 법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코다’라 외롭지 않아
이 책의 작가와 나의 공통점은 ‘코다’라는 사실뿐 국적, 성별, 나이 모든 것이 다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농인 부모님, 소다SODA(Sibling of Deaf Adults, 농인의 형제자매)인 삼촌과 이모 두 분,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얼마나 많은 공감을 했는지. 약 200쪽 중에서 모서리가 접힌 25쪽이 말해주고 있다. ‘냉장고 문이 열려 있다는 경고음’을 어머니에게 알려주어야 했던 일화는 작가와 같은 공간에서 겪은 일이 아님에도 뚜렷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농인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전할 수 있는 말’이 점점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는 ‘내게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하는 물음에 왜 눈물이 났는지 그 명확한 이유가 되었다.
‘코다’라 외로웠던 순간들을 ‘코다’이기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나 또한 책을 읽고 난 후 부모님에게 물어보았다는 것.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눈 마주할 일이 줄었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청인인지 어떻게 알았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부모님이 들려준 나의 어린 시절, 빛나는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외동은 형제자매가 있어 본 일이 없어 외롭다는 느낌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 또한 그 말에 공감하는 외동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의 청인 자녀). 더 나아가 그 사실에 감사하기도 했다. ‘혼자’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고, 부모님의 보호자로 살아가는 순간순간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다’라는 존재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디어를 통해 코다 정체성을 확립하던 때였다. 그날도 평범하게 코다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같이 듣던 애인이 내게 “별이한테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니, 오빠, 동생? 나와 어떠한 관계든 부모님 외에 내게 가족이 있었다면.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형제가 있었더라면 가볍게 털어놓고 잊을 수 있었을 사소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들을 다시 마음속에 눌러 담은 채 정말 좋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형제 없이 혼자 지내는 나를 보며 항상 부모님은 미안해했다. “한 명 더 있으면 서로 재미있게 놀았을 텐데, 혼자라서 미안해.” 그 말에 “지금이라도 낳아줘”라고 농담을 던지면 엄마는 항상 “안 돼. 한 명만 낳아야 한다고 했어”라고 말했다. 나는 산아제한 정책이 중단된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났음에도 부모님은 할머니에게 “하나만 낳아야 한다”라고 배웠다. 이유는 모른다고. 사실 부모님은 두 명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 아빠는 딸 하나 아들 하나, 엄마는 딸 둘을 원했다.
부모님은 자신들과 대화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장애를 물려주고 싶지 않고, 남들에게 욕먹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귀가 들리는 사람, ‘청인’이기를 바랐다고 했다. 할머니도 부모님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한 명만 낳으라고 했을 것이다. 필담으로 소통하는 관계에서 마음을 설명하기 힘들었을 테고.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그건 부모님의 몫이고, 선택지는 부모님에게 주어졌어야 했다.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한다?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책을 통해 우생보호법과 우생학에 대해 알게 된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의 자녀이지만, 나의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우생보호법이 시행되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편견과 차별을 피부로 느끼며 자라왔으면서도, 피부로 느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 강하게 우생학적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았다.
장애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을 고치게 된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고 조금씩 배워가며 성장할 뿐이다. 그렇게 성장해나간다 해도 결국 완벽할 수는 없다. 존재의 우월함과 불량함의 기준은 누가 세우고 판단할까? 그 기준을 만든 사람은 정말 완벽할까? 우생보호법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기준은 옳지 않았다고, 문제가 많은 법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코다’라 외롭지 않아
이 책의 작가와 나의 공통점은 ‘코다’라는 사실뿐 국적, 성별, 나이 모든 것이 다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농인 부모님, 소다SODA(Sibling of Deaf Adults, 농인의 형제자매)인 삼촌과 이모 두 분,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얼마나 많은 공감을 했는지. 약 200쪽 중에서 모서리가 접힌 25쪽이 말해주고 있다. ‘냉장고 문이 열려 있다는 경고음’을 어머니에게 알려주어야 했던 일화는 작가와 같은 공간에서 겪은 일이 아님에도 뚜렷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농인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전할 수 있는 말’이 점점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는 ‘내게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하는 물음에 왜 눈물이 났는지 그 명확한 이유가 되었다.
‘코다’라 외로웠던 순간들을 ‘코다’이기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나 또한 책을 읽고 난 후 부모님에게 물어보았다는 것.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눈 마주할 일이 줄었는데, ‘내가 태어났을 때 청인인지 어떻게 알았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부모님이 들려준 나의 어린 시절, 빛나는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