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유산으로서의 수어 사용자, 코다 (Heritage Signer, CODA)


2022년 6월 24일 코다코리아의 코다 연구사업-대중강연 제1회차 〈유산으로서의 수어 사용자 코다 (Heritage signer, CODA)〉 의 현장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2022년 6월 24일 코다코리아의 코다 연구사업-대중강연 제1회차 〈유산으로서의 수어 사용자 코다 (Heritage signer, CODA)〉 가 진행되었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개념인 '유산으로서의 수어 사용자'는 어떤 개념일까요? 




- 강연 : 수경 이삭슨 (Su Kyong Isakson)

- 진행 : 이길보라(코다코리아)

- 수어통역 : 고은미, 문혜영

- 영-한 통역 : 박재용

- 문자통역 : 에스유디컴퍼니

- 주최 : 코다코리아




이길보라: 강연자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화면에 같이 보고 계시는 강연자 분의 이름은 수경 이삭슨입니다.

'영어 이름과 한국 이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한국계 미국인이고요. 지금 현재 미국에서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 카운티의 커뮤니티 칼리지의 통역사 준비 프로그램에서 조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여러 가지 논문들을 썼고요. 실제로 자기 자신이 코다 당사자이기도 하고 한국 코다의 정체성과 미국 코다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코다입니다.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는 코다입니다〉라는 책이 있는데요. 그 책을 함께 쓴 공동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유산으로서의 수어사용자, 코다가 과연 어떤 것인지 한국사회에 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수경을 이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모두 반짝이는 박수소리로 환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수경: 아까 저를 한국계 미국인으로 소개해주셨는데 한국계라는 말에 되게 심장이 뛰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2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네요. 제가 한국수어를 하는데 아주 유창하게는 못해서 여기까지만 수어를 하고 본 내용은 음성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수어가 요즘 세련된 수어라기보다는 조금 옛날에 쓰던 수화 같은 느낌이 있나요? 수화를 봤을 때 명확하게 제가 농인처럼 수어를 하나요? 아니면 청인들이 쓰는 수어처럼 보이시나요? 제 수화가 좀 다르긴 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지금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농인부모로부터 수어를 배운, 유산으로서의 수어를 배운 사람입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신 코다코리아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오늘 3가지 상당히 서로 다른 큰 주제들을 다룰 텐데요. 가능하면 빠르고 명확하게 설명을 드려서 헤리티지 사이너, 헤리티지 언어 학습자, 그리고 코다라는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돕고자 합니다.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내용이 저를 표현한 것인데요. 제가 헤리티지 사이너로서 어떤 존재인지 저 자신을 예로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화면 왼쪽에 보시면 5개의 깃발이 있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한국. 제일 아래쪽은 영어로 된 수어 그림인데요. 이것이 넓은 차원에서 저를 상징하는 것들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미국인이지만 저의 조상들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출신입니다. 그 곳들이 제 고향은 아니지만 제 유전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록 언어적으로 이러한 스웨덴어, 핀란드어, 노르웨이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넓은 차원에서 봤을 때 이 언어의 유산을 타고난 사람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비록 사용하거나 쓰거나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제 혈통이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언어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 한국 깃발도 보셨을 텐데요. 역시나 저의 어머니께서 한국인이셨기 때문에 이 유산도 제가 타고난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는 한국어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한국에 잠깐 거주를 한 적이 있어서 한국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쓰는 먼 친척들도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와 연관은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이유로 넓은 차원에서 유산으로서 한국어를 타고난 헤리티지 스피커. 이 언어 사용자라고 규정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란 환경에서 집에서 쓴 언어는 한국 수어와 영어라는 언어였습니다.하지만 제가 미국에 거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주요 언어는 영어였고,그때문에 영어는 저의 헤리티지 언어는 아니었던 것이죠. 한국 수어가 미국에서는 소수의 언어였고, 제가 사는 집에서 매우 제한된 맥락으로만 사용되었지만, 제겐 이 한국 수어가 헤리티지 언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왼쪽에 미국 수어에 대한 그림도 그려져 있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처음에는 미국 수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제가 7살에서 8살이 될 때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이 언어를 배워서 저희 집에 제2의 언어로 도입이 된 언어입니다. 저희 가족은 한국 수어를 사용하다가 제가 자라게 되면서 미국 수어로 언어를 옮겨갔고, 그래서 미국 수어가 저희 집안에서는 주요한 언어였지만 여전히 미국 전체로 봤을 때는 소수자의 언어입니다. 현재 제가 미국의 농사회에서 통역사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기도 한데요, 미국 수어라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넓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언어로 간주되는 것이죠.


넓은 차원에서 그리고 좁은 차원에서 헤리티지 언어 사용자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넓은 차원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속하는가를 보면 농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 농인의 부모와 같은 사람들을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이를 테면 자녀를 농인으로 둔 사람들이랄지, 농인과 결혼한 사람, 친구 중에 농인이 있는 것 같이 이렇게 연결이 된 모든 사람들을 넓은 차원에서 헤리티지 언어로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좁은 정의를 살펴봤을 때는 매우 특정한 사람들 인데요.

가장 먼저 이중언어 사용자여야 하겠습니다. 이중언어라고 하면 하나의 주요 언어와 그리고 또 다른 소수 언어로 구성이 되어 있는 건데요, 소수언어라는 것은 이를 테면 집 안에서 사용이 되는 언어처럼 최소한 노출이 이루어진 언어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헤리티지 언어를 주요 언어를 배우기 전에 앞서서 배우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아주 특정하고 좁은 정의가 내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매우 극소수입니다. 말하자면 코다인 분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헤리티지 언어의 4가지 원칙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집안에서 양육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칙은 교육을 통해 헤리티지 언어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학교에서 수어를 배우지 못했고요. 학교에서는 주요한 언어로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저의 수어사용은 매우 제한된 맥락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건 농인인 분들과는 매우 상황이 다른 것인데요. 이를테면 농인들은 농학교에 가서 수어를 사용하게 되고 아주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면 소리내서 말하는 것까지도 배울 텐데요, 그와는 다르게 저는 그렇게 수어를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원칙은 헤리티지 언어가 매우 제한된 맥락에서만 쓰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 같은 경우는 한국 수어를 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의사를 만날 때, 학교에 갔을 때 한국 수어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마지막으로 헤리티지 언어 구사 능력의 수준이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유창하게 이 언어를 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잘 쓰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이죠.

제 이야기를 예시로 들자면, 제가 제 유산인 한국수어로 이야기했을 때 어떤 분들은 이해하기 쉬웠고 얼굴을 통해서 이것을 읽을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저 스스로 판단하기엔 저의 어휘력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제가 사용하기 편한 주류 언어인 영어로 이 발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의 어머니에 대해서 소개한다든지 오늘 발표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는 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말씀드리는 것과 같은 학술적인 대화는 한국수어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죠.


***


그러면 이제 한국이라는 맥락에서 헤리티지 언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한반도 지도를 보고 계신데요, 이렇게 지역별로 쪼개진 건 각기 다른 종류의 지역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들을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한국 수어에 대해서는 이렇게 지역별로 구별이 된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농인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음성언어에 있어서는 단어의 차이나 목소리의 어조, 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3가지로 헤리티지 언어를 구별할 수 있을 텐데요.

첫 번째가 토착언어. 여기 고대한국어. 조선어라고 쓰여져 있는. 그리고 두 번째가 식민언어. 슬라이드에는 영어, 일본어가 쓰여져 있습니다. 세 번째는 외부에서 옮겨온 이민자들의 언어. 이 3가지로 구별할 수가 있겠습니다.

먼저 토착언어를 살펴보게 되면 각 지방들마다 있는 방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앞서서 존재했던 고대한국어. 고대조선어. 매우 옛날의 언어들, 혹은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언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대언어들은 더 이상 사용이 되지 않을 것이고 문자의 형태로 남아 있을 텐데요. 이러한 것들이 각 지방의 방언으로 또 변화하고 진화하기도 했을 겁니다.

두 번째로는 식민언어를 살펴보겠는데요. 역사적으로 저희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사실이 있죠. 저희 할머니 같은 경우도 일제강점기 때 학교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일본어로 말을 하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어 또한 식민언어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미군 등을 통해서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민자들의 언어가 있겠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에 찾아오고 있는데요. 제가 한국에 방문하는, 오는 사람들의 수가 많은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중국, 베트남, 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일을 하러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언어들이 헤리티지 언어라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이 서울로 이주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언어를 사용할 것입니다.
비슷하게 중국에서 한국으로 누군가가 이주를 했다고 생각을 하면 이 사람은 집안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겠지만 집 밖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겠죠.

여기에서 헤리티지 언어의 4가지 원칙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맥락이 제한되어 있고,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지 않았고, 집안에서만 사용하는 소수의 언어이고, 이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유창함의 정도가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예를들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그들은 중국어를 헤리티지 언어로 가지고 오는 것이지만 이들의 자녀들은  중국어를 헤리티지 언어로서 구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온 가족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가게 된다면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고, 집에서는 중국어를 그리고 외부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함으로써 헤리티지 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이겠죠.

헤리티지 스피커 혹은 헤리티지 사이너인 사람들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에서 주류로 사용되는 언어를 배우기 전에 헤리티지 언어를 배우게 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지금 이 이미지를 보시게 되면 다양한 일상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식당, 식료품점, 학교, 직장과 같은 곳입니다. 이 이미지를 보시면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외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과연 정말로 동일한 똑같은 언어인지를 말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청인분들께서는 집에서 쓰는 언어와 외부에서 쓰는 언어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농인분들 그리고 코다분들은 집안과 집밖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농인과 코다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요. 농인들의 경우는 일생에 걸쳐서 모든 맥락에서 자신들이 쓰는 언어를 쓰게 됩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니까요.

하지만 코다의 경우에는 선택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코다 같은 경우는 말하자면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다수의 언어를 쓸지 소수의 언어를 쓸지 그것을 어디에서 쓸지 자신이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소수 언어, 말하자면 헤리티지 언어로서의 수어의 수준이 매우 다양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것이 대체 왜 흥미로운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헤리티지 사이너들, 코다와 같은 사람들은 수어에 대해서 마치 농인과 같은 직관을 가지고 있고, 수어와 관련한 지식도 직관적으로 타고난 것처럼 같은 수준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렸던 넓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사이너, 헤리티지 스피커와 같은 사람들에게 수어라는 것은 마치 제2언어처럼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코다들이 가지고 있는 유창함, 직관과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인이 아닌데도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어를 사용하는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 때까지 수어를 배우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이 연구 그리고 교육이라는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데요. 

이를 테면 농인들, 코다 그리고 제2의 언어로서 이러한 언어를 익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또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께 생각할 질문거리를 몇 개 제시를 하고 싶습니다. 

  • 좁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사이너들 그리고 넓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사이너들을 위해서 어떠한 종류의 재정 지원 그리고 자원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 두 번째로는 이런 헤리티지 사이너들이 지원을 받을 경우에, 지지를 받을 경우에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 헤리티지 사이너들이 지원과 지지를 받을 경우에 농인 커뮤니티는 어떤 이점을 얻을 수가 있을까요?

물론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은 아니지만 생각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헤리티지 사이너들이 이 사회와 농인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어떤 인식을 향상시킨다든지 전문분야에서 농인 혹은 커뮤니티와의 관계 향상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이제 헤리티지 언어 학습자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겠는데요.

좀 전에 말씀드렸던 헤리티지 사이너나 스피커들이 이 언어를 실제로 배우기 위해서 학교로 가게 되는 경우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앞서서 저의 예를 들었던 것을 기억하실 텐데요.이를테면 저에게 넓은 차원에서 헤리티지 언어로 간주되는 핀란드어나 노르웨이어를 제가 정식으로 교육받게 된다면 저는 헤리티지 언어 학습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제가 만약에 한국 수어를 배우러 학교에 가게 된다면 역시나 헤리티지 언어 학습자라고 저를 간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헤리티지 사이너들. 헤리티지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들의 헤리티지 언어에 대한 구사 수준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유창하게 수어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제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그리고 이들에게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고려를 해야 될 것이 있는데요.
접촉언어라는, 두 가지 언어가 한꺼번에 존재하는 언어인 경우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농인들이 사용하는 매우 자연적인 한국 수어가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청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구절을 차용한 형태의 수어(수지 한국어) 같은 접촉언어가 있을 수 있죠.

이 두 가지는 다릅니다. 수지 한국어는 한국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수어에도 영향을 미쳐서 한국어에 더 가까운 수어이고, 농인들이 쓰는 한국 수어 같은 경우는 청인들이 쓰는 한국어와 접촉이 되지 않은 상태의 수어일 것이죠.

이에 따라 헤리티지 언어를 받아들이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부모들이 쓰는 수어에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또 헤리티지 언어 사용자들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에서 이것이 어떻게 받아들여 지는지의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을 함에 있어서도 수어를 제2의 언어로 접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전략을 택해야 됩니다. 그 이유도 뒤에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헤리티지 언어 학습자에게 5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다양성의 차원, 역사적인 차원, 언어적인 차원, 교육적인 차원, 문화적인 차원, 정동적인 차원이 존재를 하고 있습니다.
*정동affect이란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상태를 뜻합니다. 


먼저 역사적인 차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서 조금 이야기했지만, 대부분의 수어 사용자들은 부모가 청인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가 농인인 상태로 태어나는 경우는 매우 소수에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인이고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 이 수어 구사 수준이 매우 넓은 폭으로 존재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농인 부모의 자녀들 같은 경우는 그들의 부모와 달리 태어나서부터 수어라는 언어에 노출됩니다.
코다의 경우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경우와 비교를 해 보자면 매우 다른 경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하는 경우에는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에서 그들이 쓰는 언어가 다수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사용되고 사회 주류적으로 사용되는데, 농인을 부모로 둔 우리의 경우와는 몹시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부모를 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스스로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심지어 본인의 부모들에게 이 한국어라는 다수의 언어로만 말을 할 수도 있고 부모에게 한국어를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중국어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코다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상황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부모들은 다수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저희가 농인인 부모들에게 우리는 소리를 내서 말할테니 들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수어로도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헤리티지 언어를 구어로 쓰는 헤리티지 스피커와, 헤리티지 언어를 수어로 사용하는 헤리티지 사이너의 경우는 상황이 몹시 다릅니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어를 사용하는 헤리티지 사이너들은 구어를 사용하는 헤리티지 스피커들보다 언어의 유창함이 훨씬 더 뛰어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언어적인 차원을 말씀드리면, 말씀드렸다시피 헤리티지 언어는 모든 맥락에서 사용되지가 않습니다. 제가 헤리티지 언어를 식료품점이나 의사에게 가서 사용할 수 없고요. 심지어 한국어와 영어라는 이중언어 구사자로서도 어디에서 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가 서로 다릅니다.

그런 차이가 이 헤리티지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방금 보여 드렸던 인용문에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슬라이드에 있는 내용을 한글로 짧게 옮겨보자면, 생활에서 경험하는 장소에서 항상 이 두 개의 언어를 모두 사용할 수는 없고,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수준으로, 동등하지 않게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헤리티지 언어는 일상생활의 모든 맥락에서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코다ㅡ헤리티지 사이너들처럼 좁은 의미에서의 헤리티지 언어 사용자들은 매우 특별한 종류의 이중언어 구사자라는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람들은 다수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 헤리티지 언어를 배운다는 것도 말씀을 드렸고, 또한 이러한 언어를 시기적으로 나이적으로 어느 시기에 배우는지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드렸습니다.

헤리티지 언어 스피커와 헤리티지 사이너 모두 언어를 구사할 때 문법적인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문법적인 상황에서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발음, 문장구조 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딱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두 가지 언어를 한꺼번에 구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헤리티지 언어 구사자들이 겪게 되는 또다른 문제는 특정한 언어에 우위를 두는 문제, 한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에 있어서의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서울의 방언이 제주도의 방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겠죠. 사실여부와는 무관하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 방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서울 방언을 더 배우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서울 방언이 더 나은 언어라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고 뭔가 학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주 방언은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그런 이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걸 배운다고 해서 어떤 사회적인 이점도 얻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모든 언어는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로지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 언어를 인식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이 언어에 가치를 매지고 있는 것인지인 거죠. 

미국 수어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수어 사용자들 중에서 대대로 미국수어를 사용한 가족이 쓰는 수어는 더 순수한 수어라고 여겨지는 반면에, 제2언어로서 학교 같은 데서 수어를 교육받은 사람들이 쓰는 수어는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랭귀지 애티튜드. 언어에 대한 태도라고 부릅니다. 

언어라는 것은 어떤 언어가 나쁘고 좋다든지 훌륭하거나 덜 우수하다는 위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단지 소통하기 위해서, 관계를 쌓기 위해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쓰는 것일 뿐인데, 사람들이 여기에 어떤 위계와 지위를 부여하면서 구별을 합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사회적인 구성물로서 구별을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언어가 본질적으로는 우열이 없다고 해서, 언어간의 우열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 방언에 영향을 받은 수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본인이 더 낫다고 여기는, 서울에서 쓰는 수어를 구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수어통역사가 될만한 자격이 없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학습자들의 동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고, 그들의 의지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농인과 관련된 전문가가 되기를 꺼려하게 만든다거나, 농인들과 일하기를 어렵게 만든다거나, 본인의 집을 벗어나서 외부에서 수어를 사용하기를 꺼려하게 만든다든가 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비록 언어의 우열에 대한 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불과하고 사회적인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교육적인 차원은 조금 전에도 이미 말씀을 드렸는데요, 코다들은 수어를 제도적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12년, 16년에 달하는 그 시간을 놓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동적인 차원으로 헤리티지 언어학습자들이 어떤 동기로 헤리티지 언어를 배우는지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 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가 있었습니다. 헤리티지 언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에게 대체 어떠한 동기로 이것을 배우게 되었느냐?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와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직업을 얻기 위한 이유는 가장 적은 응답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사실은 거꾸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제가 봤을 때는 대부분 이미 집에 가족이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다음 부분은 헤리티지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사람들의 정체성과도 매우 깊숙이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 헤리티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동료, 가족, 본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을수록 학습동기가 증진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장에서 보시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정체성과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 언어의 유창성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더 강한 동기가 있을수록 더 언어를 잘 구사하고 그것이 본인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중국인 이주민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집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겠지만, 한국에 있는 중국인 공동체에서 하는 문화 행사 같은 데서는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넓은 차원에서 한국의 문화와 관련된 것에만 참여할 수 있고 본인의 정체성이 더 한국인에 가깝다고 여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같은 사람이 중국의 문화 행사에도 많이 가고 연례 행사도 치르고, 중국어도 학교에 가서 배우고, 중국계 한국인 동료가 아주 많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본인의 정체성에 중국인쪽 정체성이 더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문화적인 차원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코다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테면 어렸을 적부터 농인과 관련된 행사에 많이 참여하면서 비슷한 정체성을 지닌 동료들을 만나고, 부모님의 친구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또 농인 커뮤니티와도 관계를 맺게 되면 청인보다 농인들과 더 정체성을 같이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부모들이 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입니다. 이를테면 농인 커뮤니티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고, 본인을 농인으로 정체화하고 있고 이런 커뮤니티 행사에도 많이 관여하는 긍정적인 부모일 경우에 코다인 자녀도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겠고요.
이와 반대로 본인을 농인으로 정체화하지 않고 농인 커뮤니티에도 참여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반대의 경우가 초래될 것입니다.
언어사용도 정체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말하자면 집에서 부모가 좀 더 편하게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고요. 이와는 반대로, 농인인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청인의 사회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소리내서 말하려고 하고 수어를 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가정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정체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만,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역시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같은 나이대에 수어를 쓰는 친구들이 많고 수어를 사용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고요, 반대로 수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헤리티지 언어의 유창함에 대한 영향을 미치고요.


그리고 앞서 간략하게 말씀드렸던 것처럼 방언, 지방언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또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읽고자 하는 부분은 석사논문연구를 하면서 연구를 했던 부분인데요, 언어, 문화 그리고 정체성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작성된 것입니다.
인용문에서는 민족언어학적 정체성은 내가 어떤 사람들에게 정체성이 밝혀졌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테면 다른 코다나 농인들과 있을 때는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코다라는 명칭이 나의 문화를 대변하는 느낌을 주지만, 청인들 혹은 청인인 통역사들과 있을 때는 가끔씩 주저하게 되고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고, 코다라는 명칭이 내 자신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볼 거리를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지금 한국에서 한국수어를 가르치는 수업들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 졌고 그것의 목적은 무엇인가?

  • 한국수어 수업들이 설계가 될 때 과연 이것이 코다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그리고 또한 이것을 위한 재정은 민간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정부가 제공을 하는가?

  • 이렇게 재정이 지원된다면 그 목적은 무엇인지?

  • 한국수어를 배움으로 인해서 누군가가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을까?


제 생각에 한국에서의 수어 수업은 대부분이 청인을 대상으로 설계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고, 코다나 농인을 위한 수업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이 질문들은 사실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헤리티지 사이너들. 코다인 사람들이 제대로 수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들이 사회와, 농인과 관련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여한 자원에 비해서 훨씬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코다 정체성과 이 정체성이 어떻게 전개되고 발전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개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간 문화적 아이라는 개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ross cultural kids.

‘제3의 문화 아이들TCK, Third Cultural Kids’라는 개념은 청인인 분이 개발을 했는데 코다라는 정체성을 여기에 적용시켜 보았습니다.이 개념은 ‘본인의 부모가 속한 혹은 사회 다수가 속한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에 속하고 있는 아이들’을 의미합니다. 

원래 이 개념은 다른 나라의 학교를 다닌 어린이나 청소년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를테면 미국 외교관 가족이 한국에 거주하면서 그 가족의 아이가 한국의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한국에 있는 학교를 다니거나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었죠.

이러한 이론이 제가 보았을 때는 코다들이 겪는 경험을 설명하는데도 유용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코다는 본인들이 속한 사회나 본인이 태어난 부모와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한 가족 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하는 점입니다. 이를 테면 본인이 사는 집과 본인이 사는 학교 사이에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고요. 방금 말씀드렸던 외교관 자녀 사례에서는 인종이라는 요소도 중요합니다. 이를 테면 모든 사람이 검은머리에 갈색눈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 금발의 파란눈에 백인인 친구가 학교를 다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코다들의 경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라는 점을 감안을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농인의 문화라는 것은 집에 존재하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것이거든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문화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언어, 관습, 믿음, 원칙, 예술, 지식과 같은 것인데 제가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적인 정체성과 기억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회에 속한 모든 집단들이 자신의 사회적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코다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집단정체성과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코다들은 농인 커뮤니티 안에서 양육되지만, 이와 동시에 2개의 매우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자들의 경우와 코다들의 경우에서의 차이점은, 만약에 인도에서 이주한 어떤 가족의 자녀라면 그들의 다른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지만 코다 같은 경우는 그들 안에 내재하고 있는 농문화라는 것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과연 왜 중요한 것일까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별할 때 시각적인 부분에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관습을 가지고 있고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식으로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는 것인데요, 코다를 마주할 경우에는 그들이 이런 식으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코다의 경험은 농인의 경험과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농인의 자녀로서 코다는 농인이 겪게 되는 억압에 대해서 가장 최초의 증언자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농인들이 직업을 구하는 어려움. 뭔가를 배우려고 학교를 갈 때의 어려움과 같은 것들을 우리 생활 속에서 보게 되고, 그것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도 보게 됩니다.

물론 코다들이 그런 억압을 직접적으로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억압의 결과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의 부모가 농인이라는 이유로 직업을 얻지 못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나에게 경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죠. 비록 제가 직접적인 억압을 당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집을 떠나서 학교에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거기에서 저는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를 제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농인인 부모가 겪는 경험과는 굉장히 다른 것이죠. 오른쪽 그림을 보시면 되겠는데요. 내가 가는 길은 쭉 뻗어있고 쉽지만 나의 부모가 가는 길은 굽어져 있고 험난합니다.

특히 이런 것이 코다를 힘들게 합니다. 왜냐하면 평생 부모가 억압받는 모습과 그 결과를 목격하고 피부로 느끼게 되지만, 스스로는 들을 수도 있고 다수의 언어에 접속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에 비해서 훨씬 특권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낙인’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이러한 삶의 경험 때문에 코다는 나의 경험과 내 부모의 경험을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부모의 경험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라는 식으로 분리를 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속한 커뮤니티, 내가 속한 문화, 정체성 때문에 그렇게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낙인이 있는 경우에 낙인의 원인과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회피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나의 부모. 내가 수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혹은 코다로서의 정체성과 나를 떼어놓으려고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농사회에 속해 있으면서 수어를 사용하고 농문화에 속해 있고 코다로 정체화한 사람에게 낙인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이미 농인들과 정체성을 같이 하고 농인들과 동일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농인은 아니고 또 우리 스스로가 그들이 겪는 억압을 직접 받고 있는 것은 또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이 벤다이어그램이 익숙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람들은 보통 청인과 농인 사이에 이렇게 벤다이어그램이 겹쳐진 부분이 코다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대신에 저는 코다가 농인이라는 커뮤니티 안에 속해져 있는 사람들이고 또 농인이라는 사람들은 또한 더 넓은 차원의 사회의 청인들 안에 속해져 있는 집단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코다는 청인 절반, 농인 절반이 아니라 코다로서 오롯하게 존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다들은 매우 쉽게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농인들 안에서 벗어나서 청인들 안으로 쉽게 동화할 수 있는 것이죠.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가지고 있고, 같은 문화와 언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석사논문에서 다뤘던 3가지가 있는데요. 코다라는 정체성은 사람들이 크게 3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코다라는 정체성이 하나의 가치라고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두 번째는 코다라는 정체성이 본인에게 고통을 안겨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 번째는 타인이 코다인 자신에게 어떤 것들을 기대하고 인식하는지를 관리하는 이렇게 3가지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들음으로서 사람들이 코다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타인의 관점에 어떻게 맞추고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짧게 이 세 슬라이드들을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다라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관점에서 얘기했던 부분을 짧게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스로 코다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2개의 문화에 속하고 있다는 점이 일종의 커뮤니티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가 나를 코다라고 정체화해서 부를 때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코다라는 정체성에 내가 속한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가 농인들에 의해서 양육되고, 다양한 종류의 언어에 반응을 하고 이 문화에 함께 한 경험이 나의 성격과 삶에서 더 넓은 관점을 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어와 농문화가 다른 언어나 문화만큼 인정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보다 영향력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코다라는 정체성이 더 많은 것들을 탐색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다라는 정체성을 뭔가 어떤 고난, 어려움이라고 보는 사람의 관점을 인용해 보자면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특별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코다 정체성에 대해서 누가 묻는지, 왜 묻는지에 따라서 약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농인 커뮤니티가 코다 정체성을 받아들일땐 매우 따스하단 생각이 들고 혹은 서로가 문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고요. 만약에 청인이 묻는다면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나 스스로는 나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에 있어서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지만 만약 이러한 질문들이 뭔가 무시하는 듯한 태도나 혹은 잘못된 거만함을 가진 사람들이 던지는 것이라면 정체성에 대해 대해서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하고, 가끔은 무시당하는 것 같고 실망하기도 하고 당황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이 코다라는 정체성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에 맞추는 입장인데요. 이 부분의 인용을 옮겨보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코다라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걸 꺼리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코다를 일반적으로 매우 뛰어난 통역사, 혹은 수어 구사자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어려움을 겪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살면서 훌륭한 코다이기도 한 통역사들을 만났지만 그렇지 못한 통역사들도 만났고,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코다들도 만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 스스로가 코다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그런 태도와 연관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통역사일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보여 드리는 마지막 인용구가 코다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이 정체성이나 목적이나 기대하는 바를 어떻게 맞추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용구 간략하게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맥락에 따라서 다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제가 코다라고 정체화되면서 농인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고, 이때문에 제가 가진 어떤 의견이나 기여가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 내가 코다라는 어떤 이름을 마치 브랜드를 쓰듯이 써서 내가 어떤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코다라는 정체성을 정체화하는 것은 일종의 자랑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 나를 어떤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특정한 위치에 포지셔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인용을 보게 되면 저는 코다들이 본인들이 문화적인 자신감, 언어적인 유창함 그리고 농인 커뮤니티가 당하는 억압을 목격하는 것을 통해서 긍정적인 결과, 이를 테면 훌륭한 통역사로서 농인 커뮤니티에 관련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생각해 볼 거리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코다들이 본인의 언어와 정체성이 지원받고 그리고 제대로 이것을 전개할 수 있게 됐을 때 농인 커뮤니티와 사회에 어떤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제가 지금 시간을 넘겨서 강연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앞에 지나간 슬라이드가 제가 발표에서 사용했던 레퍼런스들입니다. 지금 화면에 제 연락처가 나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길보라: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것들도 많으시고 처음 듣는 개념이 많아서 소화하시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일 것 같아요). 저도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트를 했는데요.

질문이 있으신 분들은 손들기 기능을 하셔서 올려주시면 저희가 앞에 고정해서 올릴 거고요. 이전에 안정선 선생님께서 여기 채팅방에 질문을 하나 올려주셨습니다.


안정선: 미국은 다민족국가이고 여러 언어가 있는 반면에 한국은 단일민족국가이고 한국어가 주언어이고 5년 전에 한국수어가 제정되었음에도 언어로 아는 사람이 적어요. 그래서 질문은 미국은 언제부터 수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농사회와 코다에게 언어 인식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수경: 우선은 2개의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정책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떨 때는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기에 앞서서 먼저 정책이 변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어떤 정책적인 변화를 나서서 앞서서 이끄는 사람이 적은 경우들도 있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정책이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그것을 아주 느리게 수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한국수어를 공식적인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발표 중에는 보여 드리지 않은 슬라이드가 하나있는데요. 미국 같은 경우는 1965년에 최초의 미국 수어 사전이 만들어졌고 언어의 원칙이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 농인 커뮤니티에서 수어를 하나의 완성된 언어로서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요. 이처럼 연구와 관련된 학문적인 부분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리해 놓은 정치 역사적인 사건들의 목록이 있는데요.
1965년에 사전이 만들어지고 1973년에 최초로 직업 훈련에 있어서 수어통역 서비스를 요구할 경우에 제공해 줘야 된다는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수어가 언어로 인정되고 나서 8년 뒤의 일이죠.

그리고 또 다른 큰 법률이 제정된 것은 17년 뒤인 1990년에 이르러서야입니다. 이때는 모든 사람이 장애 여부에 관련 없이 수어를 요구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는데요. 이것이 언어로 인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25년이 지난 뒤에야 일어났다는 것이죠. 장애와 관련된 다른 법안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이렇게 지금도 2022년에도 여전히 사회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미국 장애인권리보장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도 많고요. 이런 권리를 제공해야 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인 변화라는 것은 법률의 변화와 별개로 매우 매우 느리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SOL: 우선 부득이하게 글로 질문드린 점 죄송합니다. 질문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강연 내내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 질문의 내용은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었고 이게 맞나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강연 주제가 코다인데 제 질문은 청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적용하여 적은 질문이라서 강연 주제와 벗어날까 걱정되는데 혹시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수경: 물론입니다. 질문 부탁드리겠습니다.


SOL: 첫 번째 질문은 처음 시작할 때 코다의 헤리티지 언어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청인 가족에서 태어난 청각장애인이고 수어가 아닌 구화를 먼저 배웠습니다. 구화는 집안에서도 사회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간혹 불편할 때도 있지만요.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까지 특수학교를 다닐 적에 학교에서 한국수어를 배웠는데,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나 제1언어가 수어인 농인을 만날 때만 한국수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저의 경우에는 넓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언어는 구화, 즉 한국어이고 좁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언어는 한국수어로 봐야 하는 걸까요?


수경: 훌륭한 질문 감사드리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넓은 의미에서의 헤리티지와 좁은 의미에서의 헤리티지 언어 개념을 다시 짚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좁은 의미에서의 헤리티지 언어는 태어날 때부터 두 개의 언어에 노출된 이중언어 구사자여야 되고 그리고 당신이 사용하는 첫 번째 언어가 소수 언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예시를 기억하신다면, 제 넓은 차원에서의 헤리티지 언어 안에 미국수어를 넣어 놨습니다. 지금 질문 주신 선생님의 상황이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질문 주신 선생님 같은 경우는 순차적인 이중언어 조건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코다들 같은 경우는 동시적으로 2개의 언어에 노출되는 것이거든요. 여기에 덧붙여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초기언어습득에 관련한 연구들을 보게 되면 4살 이후에 습득한 언어는 늦은 시기에 습득한 언어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농인들의 대부분은 학교에 가서야 수어를 익히기 때문에 언어학적으로 봤을 때는 늦은 언어습득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것이 코다인 분들과는 차이가 나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죠.


길보라: 질문 하나가 더 있는데 시간상 SOL님의 질문 같은 경우는 저희가 차후에 메일로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송정섭: 코다에 내재된 문화를 말씀해 주셨는데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고, 다른 상황과는 다르게 외부자가 코다를 보았을 때 차이가 날 것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이 언뜻 이해되면서도 그러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내재된 문화를 우리가 잘 드러내고 연대하고 이 감정을 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사례들이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그래서 어린 코다들이나 사춘기 때의 코다들이 그런 상황을 감추고 싶어 하고, 어쩌면 그런 걸 잘 나누면 잘 연대하고 서로 좋은 커뮤니티나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시도들이 좀 어린이 코다들에게 더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서 종합적으로 질문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수경: 어린 코다들을 이렇게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그들의 언어 그리고 정체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만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효능감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자신의 언어를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도 커뮤니티 차원에서 훨씬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봅니다.

코다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면 단순히 어떤 농인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활동들뿐만 아니라, 일종의 농인들을 위한 문화 사절단 혹은 외교관으로서 사회에서 농인들이 더 잘 받아들여지도록 할 수 있고, 그리고 그런 활동들이 단지 농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사회적인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코다로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요. 코다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정해져 있는 정답으로서의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다들도 다양합니다. 이를 테면 수어를 하는 코다도 있을 것이고 하지 않는 코다도 있을 것이고 코다로 태어났지만 본인이 코다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형제나 자매가 있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이야기를 나눴을 때 단지 코다나 농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만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 다양한 소수의 언어들, 이것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길보라: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아까 SOL님이 말씀해 주셨던 두 번째 질문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저희가 시간이 매우 오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아마 대답을 듣지 않으시면 잠을 못 주무실 것 같아서 이 질문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OL님이 주신 두 번째 질문입니다.
수경님이 말씀하신 대로 농인들의 경우는 일생에 걸쳐서 모든 맥락에서 자신들이 쓰는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코다의 경우에는 선택권이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저의 경우에 이중언어 구사자로 봐야 할까요?

왜냐하면 저도 상황에 따라 혹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수의 언어인 한국어를 쓸지 소수의 언어인 한국수어를 쓸지 그것을 어디에 쓸지 저 또한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와 같은 청각장애인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지 그리고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번째 질문을 드리면서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으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강연을 들려주시고 보여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기회를 마련해 주신 코다코리아도 포함해서요.


수경: 두 번째 질문은 사실 제가 명확하게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농인의 정체성, 농인의 언어라는 것이 너무나도 독특한 상황이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헤리티지 언어 그리고 헤리티지 언어로서 수어를 익힌 사람들에 대한 원래 정의는 사실 이민이나 이주 연구의 맥락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조차도 사실은 코다, 헤리티지 사이너들의 상황에 100%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농인이자 이중언어 구사자인 사람들 같은 경우는 코다와도 또 상황이 다릅니다. 말하자면 제도적인 억압을 겪고 있고 자신의 언어를 박탈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코다들이 처한 상황과 대응시켜서 비교를 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많은 연구가 앞으로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길보라: 답변 충분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아까 수 선생님께서 이메일 주소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희는 구글통역기도 있고 한국어로도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한국수어로 비디오를 찍어 보내면 수는 그 수어를 이해하기 때문에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수에게 연락을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벌써 10시 40분이어서 슬슬 강의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오늘 수 얘기를 들으면서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수경을 불러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굉장히 생소한 개념. 헤리티지 사이너로서 코다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코다코리아는 한국에 더 다양한 담론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에 이런 관련된 강연을 저희도 공부하면서 계속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오늘 늦은 시간까지 수고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소개를 드리지 않아서 일단 첫 번째로 수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데 오늘 강연을 위해서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이 강연을 실제로 아침에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늦은 밤이지만 수는 아침에 하고 있다는 점. 여러분들 반짝이는 박수를 꼭 보내주시길 바라겠고요.

오늘 한영통역사분 계시고요. 수어통역사님 두 분 다 코다 통역사님이신데요. 두 분 다 수고 많으셨고요. 

SUD에서 저희 문자통역 오늘 해 주셨습니다. 문자통역사님 감사드리고요.

코다코리아에서는 저와 사무국의 현정님과 민지님이 오늘 함께 수고해 주셨습니다.

늦은 밤까지 많은 분들이 뜨거운 열기로 공부를 해 주셨는데요. 늦은 밤, 이른아침까지 함께 해 주신 여러분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코다코리아는 코다의 가능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계속 해서 고민하는 강연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열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희 코다코리아가 지속적인 강연을 열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무료 강연, 유료 강연, 세미나도 있는데 여러분도 코다코리아 회원을 가입해 주시면 저희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코다코리아 닷컴에 들어가셔서 가입하기를 누르시면 바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뉴스레터도 받으실 수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7월 6일에는 두 번째 연속강연이 열립니다. 그 연속강연은 영케어러와 코다라는 제목의 강연입니다.

오늘은 코다에 대한 이렇게 들어가는 강의를 했다면 그다음 강의로는 한국사회에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영케어러 담론과 코다 담론을 이어볼 예정입니다.

이 두 담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코다가 돌봄을 만들어 가는 의지 안에 포함되어 있다(라는 의미에서 준비를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그것 또한 무료강연이기 때문에 바로 신청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수경: 오늘 강연에 대한 사려 깊은 질문들 그리고 참여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희가 나눴던 대화들 그리고 사유가 코다코리아 안에서 그리고 한국의 농인 커뮤니티에서 이어나갈 수 있는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연에서 말씀드렸듯이 문화적 맥락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 넓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혹은 본인이 속한 소수의 사회 그리고 언어 구사자로서 어떻게 스스로를 여기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렸던 내용은 미국의 맥락에 기반한 것들이었는데요. 한국사회의 맥락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조금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주어진 커뮤니티에서 앞으로 무엇이 더 가능한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길보라: 감사합니다. 그러면 정말 저희 끝을 내려고 합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다른 연속강연에서 혹은 이어지는 수의 연속강연에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